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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


2022년 12월 20일.

일본중앙은행(BOJ)은 국채 10년물 금리 목표를 +/-0.25%에서 +/-0.5%로 변경했다. 기준금리는 -0.1%로 동결했지만 사실상 금리인상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오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른 여파로 닛케이지수는 주저앉고, 미국채10년물 금리는 폭등했으며, 달러 인덱스는 뚝 떨어졌다. 엔화가 절상된것은 당연하다.


상기 현상에 대해서 요목조목 뜯어 보며 공부를 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1. 일본 기준금리

일본은 2008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를 제외하면 근 20년간 제로금리를 유지해왔다.

 

심지어 2016년부터는 마이너스 금리다.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는게 아니고, 오히려 이자를 내야 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장기간 제로금리,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면서도 일본은 소위 '잃어버린 20년'을 거치며 침체된 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인플레이션도 없었다. 돈을 풀고풀고 또 풀었는데도 인플레가 없는 상황. 제로금리를 넘어선 마이너스 금리 상태이기 때문에 여기서 뭔가 부양책을 더 펴볼 여지는.. 양적완화 뿐인 상황이었다.

 

2. CPI (Consumer Price Index)

일본의 25년간 CPI 추이

상기 도표에서 100 미만은 디플레이션을 의미한다.

일본은 1980년대부터 이어진 장기 불황으로 금리를 아무리 내려도 CPI가 올라오지를 않았다.

일본의 25년간 물가상승율

물가상승율을 보면 2013~2015년을 제외하면 크게 눈에 띄는구간없이 0에 수렴하다가 최근들어 4%에 근접하고 있는 모습이다. 2013년에는 무슨일이 있었던걸까?

 

 

3.YCC(Yield Curve Control)

2012년 12월, 아베 신조가 일본 총리로 취임하면서 디플레에 늪에 빠져 물가상승율, 경제성장율이 바닥을 기던 상황을 타개하고자 "아베노믹스"라는 이름 하에 돈을 뿌리기 시작한다. 시중에 엔화 유동성을 공급하여 투자를 촉진시키고 경제를 순환시키겠다는것이다. 투자가 들어오면 일자리가 늘고, 소득이 증가하고, 그에따라 적당한 인플레가 생기면서 경제가 확장이 되는 과정이 따를것이라는 생각이었겠다. 하지만 아베 취임당시 이미 BOJ 기준금리는 제로금리였다. 금리정책으로 돈을 더 풀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실시했던것이 YCC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가 0.25%를 넘어가면 일본은행에서 윤전기를 돌려 돈을찍어내서 무제한으로 매입을 해 버리는 무지막지한 완화적 통화정책이다. 어떻게 이런일이 가능했는지는 별도 포스팅에서 공부해보도록 하고..

일본 재무부 10년물 국채

12년말 아베 취임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10년물 국채 수익율은 떨어져왔고, 14년말 부터 더욱 급격히 떨어지더니 이후부터는 위 차트에 보이는바... 사실상 제로금리다.

그러던게 지난 20일 YCC 밴드 폭 완화 선언 이후 피뢰침 처럼 솟아있는 국채수익율 그래프를 확인 할 수 있다.

이 때 다른 지표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보면

12월 20일 오후 12시.. 달러인덱스가 큰폭으로 하락했다.

 

12월 20일 오후 12시. 엔달러 환율이 폭포수처럼 떨어진다

엔화가 순식간에 절상되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엔화의 절상으로 달러인덱스까지 끌어 내리는 형상이다.

1달러 사는데 137엔이던게 순식간에 133엔만 줘도 1달러를 살 수 있게 되어버린다.

 

12월 20일 정오. 미국채 10년물 금리 역시 떡상.

일본국채로 자금 수요가 일부 이전되면서 미국채 물량이 나왔을것이다. 미국채 채권 수익율은 올라가고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 20일 정오에 미국채 10년물 수익율은 단숨에 16bp정도 올랐다. 채권가격의 볼록성을 생각해본다면 오히려 덜 오른게 아닌가 싶은 감도 있다. 0.25%에서 0.5%는 두배고, 3.636%에서 3.705%면 미미하다고도 볼 수 있는것 아닌가?

라고 하기엔.. 아래 IEF의 차트를 보자.

20일 9시반에 갭하락 했다. 중기채 ETF무빙이.. 아주 다이내믹하다.

13시경 거래량이 폭발한데 비해 이미 갭하락 조정 된 이후이기 때문이었을까, 가격에 큰 변동은 없었다.

정리를 해보자면

YCC 금리범위를 상하 0.5%로 확장하면서 사실상 기준금리를 인상한것과 동일한 효과를 냈다. 0.25% 상한이던것을 0.5%로 풀어준것이라고 봐야 하겠다. (마이너스쪽은 현재 의미가 없으므로.)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올라가면서 일본국채 가격은 떨어졌다. 엔화가 절상되면서 엔달러 환율이 떨어졌고, 미 국채에서 일부 빠져나온 자금 수요가 일본 국채로 흘러들어가면서 미국채 가격이 떨어진다 = 미국채 금리는 올라간다. 달러인덱스의 한 축을 담당하던 엔화가 절상 된 만큼 달러인덱스는 떨어진다. 여러 변수들이 유기적으로 빈틈없이 맞물려서 돌아간다.

이때 페트로달러의 영향을 받는 유가는 어떻게 되었을까? 

 

4. 유가

WTI원유도 20일 12시 기점으로 쑥 올라온다.

원유가격은 달러가치를 단순히 추종하는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러가지 요인을 살펴야 하겠지만. 일단 달러가치가 순식간에 절하되면서 원유가격에 반영이 어느정도 되었을것이라는것은 합리적인 추론일 것이다.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5. 일본 국가부채규모

일본의 GDP대비 국가부채 비율

2012년 시점에서 이미 일본정부의 국가부채는 GDP대비 두배가 넘는 수치였다. 한해 국내 총 생산을 모두 빚 갚는데만 써도 다 못갚고 한번 더 갚아야 되는 돈이 빚으로 남아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눈에 띄는건 코로나 이후 우뚝 솟은 막대기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가부채 규모가 한단계 더 껑충 뛰었다. 나라가 진 빚이 이렇게 많은데 금리를 올렸다는건.. 그만큼 일본경제가 벼랑끝에 서있다는 말로 해석이 된다. 금리를 올린 만큼 빚에 대해 더 많은 이자를 지불해야 함에도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나라는 어떤지 보면 아래와 같다.

대한민국 GDP대비 국가부채 비율

한국은 국가부채 규모로 보면 GDP대비 40%대의 안정적인 상태임을 알 수가 있다. 그런데 최근 한국은 금리를 못올리고 있다. 현시점 미국 기준금리가 4.5%, 한국 기준금리가 3.25%로 금리 역전이 되었는데도 금리를 못올리는 이유는... 가계부채가 막대하기 때문이다...이 내용도 길어지니까 별도 포스팅으로 다뤄보기로 하자.

 

여튼 이렇게 막대한 국가부채가 있는 상황에서 일본은 왜 사실상의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인가?

결국에는 물가 라고 생각한다.

자, 스크롤을 올리기 귀찮으신분들을 위해 2번의 CPI그래프를 다시 붙여보겠다.

일본의 25년간 CPI 추이

피뢰침 처럼 솟은 CPI그래프를 보면 물가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지 않을까? BOJ의 물가목표는 2%였다. 현재 3%대 물가상승율을 보이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긴축적 통화정책을 단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혼자서 완화적으로 정책을 편다면 엔화 가치는 떨어질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 때 엔달러 환율이 150엔을 넘어서기도 했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진 만큼 일본의 수입물가는 상승할 수 밖에 없고, 인플레이션을 촉발하는 한가지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버티면 부러진다.

버틴다고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막대한 국가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일본으로서도 어쩔 수 없이 긴축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고 보여진다.

 

6. 닛케이지수

12월 20일 닛케이 장대 음봉

주가는 즉각 반응했다.

일본의 국채금리가 올라간다는 말은, 회사들의 자금조달비용도 증가한다는 말이다. 국채가 뛰면 회사채는 더 뛸수밖에 없다. 0.25에서 0.5는 절대이자비용으로 치면 동일 규모의 자금에서 이자비용이 두배가 된다. 비용이 증가하는 만큼 수익은 줄어든다. 

 

7. 엔 캐리 트레이드의 종말

 캐리 트레이드 라는건 저금리인 나라에서 자금을 조달해서 고금리인 나라에 투자하는 투자방식이다. 예를들어 1%의 이자로 자금을 조달해서 5%로 빌려주면 4%만큼 차익을 볼 수 있는것이다. 그야말로 누워서 떡만 받아먹는 투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투자가 그렇듯 리스크는 존재한다. 조달국의 금리가 오르거나, 조달국 화폐가치가 상승하면 그만큼 손해를 본다. 그래서 캐리 트레이드하기 최적의 나라가 바로 일본이었다. 그래서 한 때 엔캐리가 성행했다고 한다.

 일본의 저금리를 이용해 자금을 융통해서 멕시코나 브라질 등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나라에 투자하여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이게 가능했던것은 일본은 장기간 저금리를 유지했지만 물가가 상승하지 않았고, 엔화가치는 점점 더 절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일본은 사실상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조치를 단행함으로써 엔캐리로는 더이상 금리차익과 환차익 둘 다 노릴 수 없게 됐다. 단 하룻동안 엔달러가 4엔씩 떨어지는데 연 금리로 환산하면.. 환차손이 어질어질 하다.

 아베 전 총리 집권당시 임명했던 BOJ 구로다 총재가 지난 십여년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폈지만 이제는 그 완화적 통화정책에 종지부가 찍히는 모양새 이다. 마침 구로다 총재의 임기가 23년 4월까지라고 하니.. 결자해지 하는 마음으로 YCC밴드폭 완화를 결정하지 않았을까.

 

8. 앞으로

 전 세계가 아사리판이 되었던 2022년 한해.. 유럽도 영국도 미국도 인플레 앞에 일찌감치 무릎을 꿇고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던 와중, 나홀로 고고히 저금리를 유지하던 일본이 결국 해를 넘기지 못하고 사실상의 금리인상을 선언하며 긴축으로의 방향전환을 시작 했다. 이번 YCC밴드 확대 조치가 단순히 일회성 정책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상술한 여러 요인들을 거슬러 나홀로 갈 수 있는 체력이 일본에게 더이상 남아있지 않다. 

  1)환율 : 상대적인것이기 때문에 방향을 알수는 없지만 현 상태에서 줄다리기를 시작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엔달러 150엔 넘어가는 상황을 다시 용납할거같지는 않다. 대응을 하겠지.

  2)유가 : 간신히 최근들어 어느정도 진정된 상태인데, 일본까지 긴축으로 들어서면서 주요국 모두 유동성을 조여나가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유가가 강세를 보이지 않을까 싶다. (12/22기준 WTI 78.72달러) 차차 리세션에 접어들겠지만 당장의 원유수요가 급감한다거나 하는 움직임이 없는 한 원유가 약세로 돌아설만한 요인이 따로 있을까?

  3)물가 : 주요국의 CPI가 정점을 찍고 고개를 꺾은지 몇달 지났다. 12월 미국CPI는 7.1%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지만 지난 6월 9.1%를 정점으로 점차 내려오는 모습을 확인했다. 연준은 12월 FOMC에서 빅스텝을 단행하며 4연속 자이언트 스텝 이후 드디어 금리인상폭을 살짝 낮췄다. 유가가 120불을 찍고 점차 내려와서 현재 78불 수준이기 때문에 물가적인 측면에서도 나쁠게 없다. 다만 상술한대로 유가가 다시 불안해진다면 물가는 끈적끈적하게 잡히지 않은채로 질질 끄는 모양새로 흘러갈 수 있다. 12월 FOMC이후 시장 금리 컨센서스는 최종금리 5%에 배팅되어있는 모양새이지만, 만약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은채로 끌려간다면 연준은 최종금리 상단을 더 올릴수도 있을것 같다.

  4)채권 : 미국채 10년물 기준, 채권금리가 한때 4.338%까지 찍고 12/22기준 3.654%까지 내려왔다. 미국의 GDP성장율을 생각해본다면 코로나 기간 제외하면 대충 2% 초중반이기 때문에 현재 수준도 충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생각이 된다. 기준금리는 4.5%이고 시장의 최종금리 컨센서스는 점차 내려오는 모양새 이기 때문에 채권투자자들은 이미 채권금리의 하락에 배팅이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봐야 하겠다. 하지만 상술한 3)물가의 이유로 최종금리 상단이 올라가거나 하는 변수로 당분간은 채권금리가 상승 또는 보합할 여지가 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현상이고, 차차 리세션에 접어들면서 채권금리는 하락하는 수순으로 이어진다는것이 타당한 추측이라 생각된다.

 5)주가 : 채권금리가 하락한다 -> 기업의 조달비용이 줄어든다 -> 이익이 증가한다. 는 메커니즘이 성립하지만 채권 금리가 하락한다는건 결국 물가가 잡히고 경기가 침체되는 국면이라는걸 의미하기도 한다. (경착륙이든 연착륙이든) 금리하락으로 인한 조달비용 증가보다 경기 침체로 인한 매출하락이 더 크다면 주가는 하락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다만 통계적으로 리세션 판정이 난 시점에서는 주가가 이미 저점대비 대략 60% 상승한 시점이라고 하니 한가하게 NBER의 리세션판정을 기다리고만 있을수는 없다.

 

결론

 그렇다면 무조건 먹는 방법이 있는것이 아닌가? 채권과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넣고 자산배분 투자를 하면 된다. 지금시점에 채권에 넣어놨다가 경기가 침체되어 물가가 잡히고 물가가 잡히면 기준금리를 인하하게되고 그래서 채권금리가 하락하면 채권을 팔아 수익을 내고 주식을 사면 되는것이 아닌가? 최근 주가 움직임을 보면 기준금리를 '덜올린다'라고만해도 환호하며 주가가 팡팡 뛰어 오르는데, 경기가 침체되어 금리를 내려도 주가가 오를 수 있을까? 그건 공부가 부족해서 확실히 알지는 못하겠다. 확실한것은 주식과 채권간 상관관계는 100% 동조화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Sin파와 Cos파 같이 어느정도 주기차이를 두고 선행 후행 할것이다. 그러므로 요즘같이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어떤 단일종목을 타겟한 핀셋 투자보다는 자산배분투자로 변동성을 빨아먹는것이 훨씬 안정적이면서도 수익율도 어느정도 기대할 수 있을거라 생각이 된다.

가격이 내려서 비중이 깨지면 더 사고, 가격이 올라서 비중을 넘기면 팔고. 쌀 때 사고 비쌀 때 팔 수 있는 진리적인 투자방식이다. 일발역전급 수익은 기대할 수 없지만 요즘같은 불확실성이 큰 시장일수록 더욱더 자산배분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2022년은 채권과 주식 모두 하락한 정말 어려운 한 해였다. 하지만 경기는 돌고 돈다. 그렇기 때문에 채권 주식 모두 상승하는 사이클이 다음에 올거라 믿는다. 올 한해의 손실에 실망하고 투자를 멈추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상기 포스팅은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힙니다.

투자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내용 중 모순이 있거나 잘못된 부분을 댓글로 지적해주시면 공부하여 수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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