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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포스팅 하면서 "인생맛집"이라는 표현

함부로 사용하지 않습니다만,

이집은 정말 너무 맛있게 먹고 온 기억때문에

인생맛집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저는 하카타 라고 하면 두가지가 떠오릅니다. 하나는 명란젓이고, 다른 하나는 모츠나베 입니다. 모츠나베는 우리말로하면 곱창전골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빨갛고 점도있는 끈적한 국물이 아니고 일반적으로는 간장 베이스의 맑은 국물 전골입니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후쿠오카 모츠나베'라는 이름의 상호로 체인점도 들어와있습니다. 그만큼 모츠나베라고 하면 후쿠오카를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됩니다. 후쿠오카 현 내에서도 하카타의 모츠나베가 일본에서도 전국적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모츠나베에서 '모츠'는 고기중에서도 내장류를 뜻합니다. '나베'는 정확히는 냄비이고, 요리명에 붙어서 전골으로 해석됩니다. 최초, 1920년대에 정력을 좋게하는 음식으로 내장요리 뿐만 아니라, 계란, 낫토, 참마, 자라 등의 요리를 통틀어서 호르몬요리라고  칭했다 합니다. 여기서 이 호르몬이라는 말은 우리가 알고있는 내분비 호르몬의 그 호르몬에서 따왔다는것이 정설입니다. 호르몬요리로 호르몬을 좋게 해서 정력에 좋다. 뭐 이런 뜻이었겠죠? 하지만 속설로는 '호루放る'=버리다 '몬もん(모노物)'=물건(것) 이라 하여 "버리는 물건"이라는 의미에서 따 왔다는 말도 있습니다. 원래 일본인들은 내장을 먹지 않고 버려왔었고, 70년대 재일 한국인들이 버리는 내장을 받아 먹더라는 말에서 따왔다는 설입니다. 일반적으로 곱창 구이는 호르몬야키(야키=구이)라고 하는데, 모츠나베만 특이하게 호르몬나베라고 하지 않는데요, 여기서 모츠는 내장内臓을 臓物(조우모츠)라고 하던것이 모츠로 불렀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내장을 '호르몬' 이라고 합니다만, 지금에 와서는 모츠=호르몬 이라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것입니다. 


  하카타 모츠나베는 1660년대 탄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알루미늄 냄비에 부추와 간장을 넣고 곱창을 스키야키풍으로 볶듯이 먹던것에서 유래가 됐다고 합니다. 그랬던것이 1900년대에 와서 간장베이스의 전골요리 형태가 되어 지금의 모츠나베가 됐습니다. 스키야키풍으로만 먹다가 면을 넣어먹어보니 너무 맛있더래는거였죠. 지금에 와서는 밥도넣어서 마지막에 죽을 해먹기도 하지만, 곱창에서 우러난 고소한 기름과 짭잘한 간장육수에 탄수화물이 더해지면 사실 맛이 없을래야 없을수도 없는 요리입니다.

  일본에서도 92년즈음에나 되서야 도쿄에 소개되면서 대 유행을 탔다고 하네요. 92년 당시의 신조어/유행어 동상을 수상한것이 바로 '모츠나베' 였다고 할 정도니 인기가 얼마나 폭발적으로 늘었는지 짐작이 됩니다.

 

  자,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이날은 아침 일찍부터 하카타에 묵고있는 호텔부터 쿠마모토를 거쳐 아소산까지, 거의 왕복 4~500km에 달하는 장거리를 당일치기로 여행하고 돌아온 날이었습니다. 저녁은 그냥 호텔 근처에서 적당히 찾은 음식점에서 먹기로 하고 큰 기대 없이 호텔을 나선 상황이었습니다.

  많은 음식점들이 지나갔지만, 딱히 끌리는 가게는 없었습니다. 카레집이 조금 눈에 띄기는 했는데 오늘은 카레정도로는 기력이 보충되어줄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지나쳤습니다.

 

  카레집 바로 옆으로 모츠나베집이 있습니다. 대문짝만하게, 아니 대문짝보다 더 크게 모츠나베라고 써붙이고 영업을 하고 있는 가게네요. 아주 자신있는 요리라고, 소재도 엄선했다고 써있습니다. 그래서 넌지시 와이프에게 모츠나베를 제안했습니다. 사실 모츠나베라고 하면 고칼로리 요리라 오늘의 이 소모된 몸을 회복시켜줄것 같았기 때문이죠. 게다가 하카타까지 왔는데 모츠나베 한번정도는 먹고가야지 않나 싶은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와이프님이 윤허해주지 않았습니다. 와이프는 모츠나베를 한번도 먹어본적이 없고, 내장끓인게 뭐가 맛있겠나.. 라는 거부감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게를 지나쳐서 한참을 다시 걸었습니다. 그런데 하카타역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점점 가게는 더 없어지고, 급기야는 주택가만 나오게 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되자, 다시 발걸음을 돌려 호텔쪽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돌아오다 보니 다시 저 멀리서부터 그 모츠나베집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아쉬운 마음에 걸어가면서 슥 찍었습니다. 이집을 지나치면 다시 카레집이 나옵니다. 카레라도 먹어야 하나.. 라는 생각과 하카타까지 왔는데 적극 어필해서 한번 모츠나베를 먹도록 해볼까.. 생각을 하다가 결국 찍은 사진입니다. 당시 저의 심리상태마냥 사진도 초점을 잃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와이프에게 제안을 합니다. 여기 다른 메뉴도 있는거같고, 더이상 마땅한 식당을 찾기도 힘든데, 슬슬 허기도 지니 그냥 들어가서 먹어보자고. 

 

  가게 이름은 한국인이 읽기 어렵게 되어있는데. 일단은 치사키千咲季라고 합니다. 인기 1위 메뉴는 소 혀 만두네요. 정말 특이합니다. 인기 2등이 닭튀김이네요. 닭다리살을 튀겼다고 하니까 일단 이거만 먹어도 무조건 와이프님은 만족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외에 숯불구이도 하는거같긴한데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더군요. 와이프에게 일단 닭튀김을 시켜주고 저는 모츠나베를 주문해서 와이프를 모츠나베의 세계에 입문을 시킬 셈을 하고 들어갔습니다.

  치킨을 매우 좋아하시는 와이프님은 약간 떫떠름 해 하면서도 마지못해 같이 들어가주시더군요.

 

  하루종일 쿠마모토-아소산을 거쳐 호텔에 짐 풀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머리도 질끈 묶었습니다. 이미 허기는 극에 달했죠. 이상태에서 치킨이 들어가면 맛이 없을래야 없을수가 없겠죠?

  가게는 그닥 넓지 않습니다. 테이블이 너댓개. 가게의 절반은 주방인것 같습니다.

 

  아주 일반적인, 전형적인 일본 여느 이자카야에서 볼 수 있는 가라아게. 닭튀김입니다. 레몬한조각이 굉장히 성의 있게 느껴집니다. 그냥 먹어도 되지만 괜히 한번 쭉 짜서 상콤함을 더해봅니다. 4~500km가량 운전한 날이라 저도 꽤나 피로감이 느껴졌습니다. 먼저 시원하게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킨 뒤에 치킨을 한조각 먹었습니다. 당연히도 매우 맛있었지만 보시다시피 고작 다섯조각정도 밖에 안되는 양이기 때문에 일단 와이프에게 양보를 하고, 저는 모츠나베를 기다렸습니다. 혹여나 모츠나베가 와이프님 입에 안맞으시면 치킨이라도 드셔야하기 때문이었죠.

 

  이윽고, 모츠나베가 등장했습니다. 간장베이스 소스에 양배추, 곱창을 넣고 부추, 편마늘 얹은것 까지는 일반적입니다. 살짝 부숴 올린 깨는 일반적이지는 않은것 같습니다. 부추와 양배추가 살짝 숨이 죽으면 곱창과 함께 싸서 호호불어 먹습니다. 산뜻한 부추의 향과 달큰한 양배추의 채수에 묵지익한 곱창 기름의 고소함이 어우러집니다. 짭짤한 간장소스가 입안을 마무리해주죠. 와이프님은 한입을 먹더니 바로 눈이 똥!그래졌습니다. 그러더니 엄청나게 맛있게 먹어버리더군요. 정말 곱창전골은 한국에서도 먹어본적 없다며, 모츠나베가 아니라 한국 곱창전골조차 먹어본적 없다며 거부감을 드러내던 그 모습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맛있게 드셨습니다.

  여기 치사키 이후로 저희 부부는 치사키의 모츠나베맛을 떠올리며 몇군덴가 모츠나베를 먹으러 다녔지만, 아직 여기서 먹은 만큼의 감흥을 느껴보지는 못했습니다. 벌써 하카타의 이 모츠나베집에 다녀온것이 2년가까이 되어갑니다만, 아직도 가끔 생각이 납니다.

  이 집은 하카타역에서 걸어오기에는 살짝 먼 정도의 애매한 위치에 있어서 그닥 한국사람들에게 알려져있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실제 당시 식사하시던분들도 다 일본인들뿐이었고,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을 타겟으로 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외국인들은 보통 저렇게 가게이름을 써놓으면 뭐라고 읽어야될지조차 모르는데, 영문 병기도 안되어있을뿐더러, 메뉴판도 전부 일어로만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제 포스팅을 보시고 혹시나 찾아가고싶은 마음이 드시면, 아래 첨부한 구글 지도로 찾아가셔서 "모츠나베 구다사이" 라고 하면 대충 알아서 모츠나베를 주시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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