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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다.
내 지론이 ‘매달 보험비 낼 바엔, 그돈으로 매년 건강검진을 잘 받자’이기 때문이다.
다 아프고나서 보험급여 받으면 뭣할것인가.
아픈걸 빨리 캐치해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덜 아프고 끝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아직 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방심 했던것 같다.
아직 젊은데 뭐 문제 있겠나??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2023년 8월 16일 강남 KMI 건강검진센터에서 받은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에 7mm가량의 결절이 있다는 소견을 받았다.
기분이 상당히 쎄 했다. 그냥 직감적으로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결과를 받은게 8월 28일이었는데
바로 그다음날 8월 29일이었나 8월 30일이었나..
친구의 추천으로 동네 의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왔다.
건강검진에서 이상소견 떴다고 해서 바로 대학병원 가는게 아니고
일단 3차병원에서 초음파 검사 및 조직검사 받고 확정지어서 대학병원을 가는것이 순서다.

1센티 미만은 혹시 암이라고 하더라도 미세유두암인가 라고 해서 갑상선암은 그렇게 위험한 암이 아니다. 라는 정도의 사전지식을 가지고 동네 의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 처음 문진시에는 7미리 정도 크기면 뭐.. 세침검사 꼭 해보고싶다고 하신다면 해드리지만.. 조직검사까지 할 필요는 없는 크기라고 말씀을 하셨다가, 초음파를 딱 보시더니 이거는 세침 하기 싫다고 하셨더라도 검사 해봐야되는 모양이라고 말을 바꾸시는걸 보고 어느정도 각오는 했다.
세침검사는 마취를 하고 침을 목에 찔러서 조직을 떼서 세포검사를 하는 검사인데, 당시 의사선생님은 반반정도 생각하라 하셨다.
마취하고 3회정도 세침을 찔렀는데, 크게 못참을정도는 아니었다.
목의 이물감은 일주일정도 지속했다.

세침검사 결과는 그주 토요일에 나왔다.
월요일에 건강검진을 받고, 세침검사 결과까지 한주만에 끝이 난 것이다.
세침검사 결과는 베데스다 5단계였고, 즉시 병원 예약을 잡아주셨다.
의사선생님께서 직접 수화기를 드시고 병원에 연결하여 예약을 잡아주셨는데,
수술 방법은 크게 로봇수술과 절개수술이 있다고 하셨다.
로봇수술은 겨드랑이나 유륜, 구강, 귀뒤 등 눈에 띄지 않는곳을 절개하여 들어가서
병변을 제거하는 방법이고,
절개수술은 전통적으로 시행하는 병변 부위 근처를 바로 절개하여 절제 하는 방식이다.
로봇의 장점은 흉터가 남지 않는다는것.
단점은 회복이 느리다는것. 비용이 좀 더 비싸다는것.
절개는 로봇의 장점과 단점의 반대이다.
나는 흉터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았기 때문에 회복이 빠른 절개를 선택했다.
3차병원의 의사를 만나기 전에 본인의 수술 방법에 대해 결정을 하고 가야 한다.
왜냐하면 절개를 잘하는의사, 로봇을 잘하는의사, 절개만 하는의사, 로봇만 하는의사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절개를 선택한 나는 강남 세브란스의 장호진 교수님 초진을 잡게 되었다.
아주 운이 좋게도 9월 2일에 전화로 예약을 했는데, 9월 7일이 바로 비어있다고 해서 초진이 바로 잡혔다.
강세의 장호진교수님은 절개만 하시는것으로 알고있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 9월 7일이 되었다.
9월 7일 오전 9시 장호진교수님 초진을 봤다.
진료는 30초만에 끝이 났다.
가져간 초음파 사진과 조직슬라이드를 보시더니 대번에 반절제 하면 될것 같다고 하시고는
기타 전이를 확인하기 위해 CT촬영 등 각종검사예약을 당일에 잡아주셨다.
혈액, 심전도, 소변, CT, 초음파 검사를 당일 오전에 다 끝냈다.
9시에 30초간 진료 받고 나서 바로 혈액검사 소변검사 금방 끝내고
CT, 초음파 대기 걸어놓고 심전도 바로 받아왔다. 혈액/소변이 세트이고, 심전도도 대기가 짧다.
문제는 CT, 초음파 이다. 둘다 오래 걸리는 검사고
예약검사가 원칙인 검사들인데,
강남세브란스 갑상선과는 자체적으로 한큐에 다 해주시는것 같다.
예약자들 사이에 대기 걸어두고 당일검사를 할 수 있게 해주신다.
다른 병원도 당일검사는 하지 않을까? 안가봐서 모르겠다.
초음파는 갑상선 진료과 같은층에 있고, CT는 좀 떨어진 아랫층에 있다.
초음파 대기를 걸면 카페에서 주는 진동 신호기를 준다.
그걸 들고 CT가서 대기를 하는게 좋다.
그런데 CT는 혈액검사 결과가 나오고 나서 가능하기 때문에 오전 9시 30초에 실시했던 혈액검사 결과가
보통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 뒤에 나오기때문에 CT는 10시 반 전후로 가서 대기를 걸 수가 있다.
그 전에 가봐야 혈액검사 안나와서 대기 못걸어요 라는 대답만 돌아온다.
말이 장황한데 정리하면

1. 혈액/소변 바로 번호표 뽑고 검사
2. 초음파 대기걸기
3. 카페 진동벨들고 1층 심전도실 가서 심전도 받기
4. 초음파실 앞에서 1시간 대기하면서 운좋으면 그안에 초음파 받기
5. 1시간 좀 지나면 CT실 가서 대기 등록하기
6. 초음파 진동울리면 초음파 하러가고 CT 호명이 먼저오면 CT하기

나는 초음파 진동이 먼저 와서 초음파부터 하고 바로 CT대기타러 다시 왔는데
초음파 하는동안 내 이름을 다섯번정도 호명했다고 하셨다.

여튼간에 모든검사가 다끝나고 나니 11시 좀 넘었고,
다행히도 오전 마지막 진료전에 다시 장호진교수님 진료가 가능했다.
12시 전까지만 돌아오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조금 이른 점심을 먹었다.
구내식당에서 제육한상인가 뭔가 먹었는데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뭐 맛이 잘 안느껴졌다.
먹고나니 11시 반쯤 됐는데 갑상선 진료과에서 전화가 왔다
검사 끝났는데 왜 안오냐고
마침 가는중이라 30초만에 가서 진료대기 하다가
검사결과를 장호진교수님과 같이 봤다.
마찬가지로 진료는 1분 내로 끝났다.

사전에 공부를 많이 하고 갔기 때문이기도 하고
너무나도 내 몸이 정확하게 분석이 되어있는 상태기도 하고(검사적으로)
애매모호할게 없어서 따로 내가 여쭤볼것도 없었다.
각종 검사 결과 전이는 없다 하셨고,
실제 절개 해보면 뭐 미세전이는 따로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반절제 하는것으로 수술 범위도 정하셨다.

교수님 뵙고 나서 바로 코디네이터분 만나서 수술일 정했다.
언제쯤 수술 가능한지 아예 가늠조차 안되기때문에 머리가 텅 빈채로 들어갔다.
9월 7일기준 가장 빠른 수술일정은 10월 23일이었다.
마침 월요일이니까 일요일에 입원하면되겠네 하면서 즉시 수락했다.

그리고 나는 이 글을 블로그에 쓸 생각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같은날 건강검진을 받았던 와이프 역시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와이프는 좌엽 6mm 조직검사 결과 베데스다 6단계 나온것 같다. 바로 산정특례 등록 받았으니.
우엽에 1센티짜리 결절이 또 있다고 했는데 그건 모양이 나쁘지는 않은 모양이다.
와이프도 역시 수술을 하게 될 예정이다.
양쪽에 결절이 있으니 와이프는 전절제를 할 수도 있겠다.
수술범위는 의사가 판단하겠지만.
이제 와이프도 곧 초진을 잡게 되겠지.
아마도 나랑 같은 강남세브란스에서 하게 되지 않을까.
거리상으로는 삼성서울병원이 가장 가깝긴하다.

졸지에 부부 모두가 갑상선암 환자가 되어버렸다.
내가 먼저 수술을 하게 되었지만
와이프도 보면서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블로그에 글을 남기게 되었다.

갑상선암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물론 암이 발병했다는것은 당연히 좋지 않은 일이지만,
이것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불치병은 아니다.
게다가 1센티미터 미만의 미세 갑상선 유두암의 환자 생존율은 100%를 넘는다.
다만 나는 우리 와이프의 고지혈증이 매우 심려가 된다.
중성지방 수치가 1000이 넘었는데,
보통 300만 넘어도 위험하고, 1000이 넘는경우에는 즉시 재검을 하는 위험한 수치라고 한다.

나는 그런것도 모르고 바보같이 8월 28일 검진결과 받아들고 난 뒤 약 두달간을 와이프를 방치했다.
만에 하나라도 와이프의 건강이 그걸로 인해 악화된다면 나는 내 스스로를 절대 용서할수 없을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 이 블로그에 나와 내 와이프의 식단과 운동, 그리고 몸상태 등 건강 관련 정보를 공유해 나갈 생각이다.
이것은 나와의 약속이기도 하고
내 포스팅을 볼 와이프를 향한 사랑의 표현이기도 하다.

나는 내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보다
내 반쪽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사실이 너무 아프다.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
고지혈증은 사실 식단이 90%이고 운동 및 약물이 10%정도라 한다.
극단적인 탄수화물 제어가 필요한데, 와이프의 식습관상 정말로 힘들다.
내가 대신 풀만 먹고싶다.
그럴수가 없기 때문에 나도 와이프 먹는대로 함께 먹으면서 관리 해 볼 생각이다.

우리 가족의 건강을 되찾는일을 최우선으로 해서 다시 힘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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